기행문

100일간의 세계 일주 25

아~ 네모네! 2025. 2. 28. 09:29

  2월 25일 항해 5 (이스터섬에서 타이티섬으로)

   오늘도 계속 항해다. 요가를 마치고 갑판을 돈다. 배 후미에서 발성 연습을 하는 사람이 있다. 성악을 전공한 사람인지 소리가 엄청 크고 멋지다. 역시 사람이 최고의 악기다. 후미는 터빈 돌아가는 소리와 터빈에서 나오는 물소리 때문에 가장 시끄러운 곳이다. 다른 곳에서 하면 자신의 소리가 너무 튀니까 여기서ㅈ하나 보다. 옛날 우리 나라 명창들도 폭포 아래에서 목청을 단려ㆍ했다. 폭포의 기를 받기 위함인지 폭포 소리를 이기기 위함인지 모르겠다.
  끝이 보이기 때문인가 슬슬 지루해진다. 배가 좁다는 느낌이 든다. 하긴 어머니 자궁 속에 비하면 엄청 큰데 말이다. 우리가 지구에 갇혀 사는데도 좁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태양에너지만 공급되면 자급 자족으로 살 수 있다. 세상만사 생각하기 나름이다.
  10시에 내년, 후년 크루즈 여행 설명회를 한다고 해서 레전드바로 갔다. 피스보트 직원 배수진씨가 설명해준다. 회사 이름이 하도 많아 헷갈린다. 패시픽 월드는 배를 운항하고 관리하는 회사, 피스보트는 모든 프로그램을 주관하는 회사, 재팬 그레이스는 손님을 모객하는 여행사, 착한여행사는 재팬 그레이스와 연계하여 한국 승객을 모으는 회사다. 이거 외우는데 몇 달 걸렸다. 참 복잡하기도 하다. 100일씩이나 여행할 자신이 없어 난 일찌감치 포기다.

   설명회를 마치고 밖으로 나오니 피스보트에서 세운 안내문이 있다. 9월 21일은 평화의 날, 4월 22일은 지구의 날이다. 2025년 2월  24일은 피스보트에서 정한 평화와 지구의 날이다. 지들 맘대로다.


    점심을 먹고 영어교실에 갔다.
오늘의 문구는 '어디에 빠지다.'였다. 요가에 빠지다는 into   yoga를 쓴다.

   배수진씨가 몸이 안 좋아 일본어 교실은 휴강이다. 그래서 영화를 보러 갔다.
  일본어 자막이라고 했지만 로마의 휴일을 보러 갔다. 1953년에 제작된 흑백영화다. 뭔 소린지는 모르지만 아는 내용이라 그런대로 볼만했다. 오드리 햅번이 생각나지 않아 머리에 쥐가 날 뻔 했다. 비비안 리도 아니고, 소피아 로렌도 아니고 한참 만에 오드리 햅번인지 사드리 햅번인지가 생각 났다. 청순한 느낌이 참  좋다. 그레고리 펙도 멋지다. 아무리 곱게 늙어도 늙은 모습은 추하다. 시든 꽃이 예쁠 수 없듯이 시든 인생은 초라하다. 어쩔 수 없는 자연현상이다.
나라와 국민을 생각하지 않았다면 돌아오지 않았다는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저녁을 먹고 또 영화를 보러 갔다. 한국어 자막이 나온다니 안 볼 수 없다. 크루즈에서 보는 게 집에서 1년 동안 보는 것보다 많다. 이걸로 본전 뽑는다.
  '불의 전차'라는데 듣도 보도 못한 영화다. 1981년 작이니 45년 된 영화다. 유대인인 해럴드와 스코트랜드 선교사 가정에서 자란 에릭, 두 사람의 배경과 철학은 다르지만 달리기에 대한 재능과 열정이란 공통점이 있다. 1924년 제 8회 파리올림픽에 참가한 네 명의 영국 육상선수들의 얘기다. 에이브라함과 코치의 끈끈한 사랑도 감동적이고 에릭의 신앙심도 대단하다. 가슴에 불을 품고 달리는 젊은이들을 불의 전차라고 부른 것 같다.
  떡이 냐오나 밥이 나오나 인간은 왜 그렇게 죽자 사자 달리는 것일까. 다른 동물들은 먹이를 잡을 때만 달리는데 말이다. 참 인간이란 미련한 존재다. 다른 동물들이 본다면 제네들 뭐하냐고 할 것 같다. 참 인간이란 알 수 없는 존재다.

2월 26일 항해 6 (이스터섬에서 타이티섬으로)

   오늘도 요가 후 갑판을 걷는다.
한 여자가 멋진 원피스에 공주 모자를 쓰고 팔꿈치까지 올라오는 검은 장갑을 끼고 걷는다. 난 거저로 줘도 이런 복장은 못 할 거 같다. 자기가 오드리 햅번이라도 되는 줄 아나 보다. 하긴 뭐 다 지 잘난 맛에 사는 건데 내가 뭐라고 할 수는 없다. 자기만 좋으면 그만이다.
  내일은 타이티섬 파페에테 항구에 기항한다. 섬 이름 외우기도 힘든데 항구 이름까지 외우려면 용량이 딸린다. 타이티는 프랑스령 폴리네시아의 118개 섬  중에서 가장 큰 섬으로 폴리네시아의 진주라고 불린다. 섬의 모양이 숫자 8을 옆으로 뉘어놓은 모양을 하고 있다. 

   더 큰 쪽을 ‘타히티 누이’,      작은 쪽을 ‘타히티 이티’라고 부른다. 타하는 높다 또는 멀다라는 뜻이고, 이티는 작다라는 뜻이다. 그러니 타이티는 멀리 있는 작은 섬, 혹은 높고 작은 섬이란 뜻이다.
  점심을 먹고 기항지 설명회를 들으러 갔다. 오늘은 타이티와 사모아 두 군데를 설명한다. 이것으로 기항지 설명회는 끝이다.사모아 다음은 요코하마다.
  타이티 파페에테에는 5~8세기경에 다른 섬에서 사람들이 이주해 왔다. 미국 달러와 유로도 사용한다. 신용카드도 가능하다. 하지만 작은 금액은 카드를 안 받는다. 타이티는 서핑의 발상지다. 작년 파리올림픽 때 경기장으로 사용됐다.
  고갱은 프랑스에서 태어났다. 직장을 그만 두고 타이티로 왔다. 타이티 누이에 수도인 파페에테가 있다.

   위 사진에서
1번은 파페에테 시장이다. 2층에 기념품 상점이 있다
2번은 노트르담 대성당이다.

   3번은 바이마 쇼핑몰인데 여러가지 기념품을 살 수 있다.
부갱빌 공원도 좋다. 프랑스 선장 부겡빌이 온 곳이다.



   제임스 노먼 홀은 미국 사람이다. 타하라 언덕은 전망대이고
바이파히 가든은 무료다. 타히티 박물관도 볼만하다.
  비너스 곶은 제임스 쿡이 금성(venus)을 관측한 곳이다.


    마라아 동굴은 세 개의 동굴로 되어 있는데 고갱이 여기서 목욕을 했다.
  모레아섬은 꽃이 많다. 타이티섬에서 페리를 타고 30분 정도 간다. 쿡 베이는 쿡 선장이 온 곳이다. 토아테아 전망대와 벨레데레 전망대도 좋다.

   티키 빌리지는 민속촌 같은 곳이다. 테마에 비치도 좋다.
  기념품으로는 모노이 오일이 있는데 햇빛 방지에 좋다. 티아레 비누도 좋고 파레오 치마는 식탁보로 쓸 수도 있다..

   흑진주도 유명하다.히나노는 귀여운 소녀라는 뜻이다.히나노 상품도 많다.
  음식은 해산물푸아송, 슈프레트는 민물새우, 마히마히는 청새치요리. 빵나무 과일은 감자 맛이다.

    사모아는 독립국이다. 사모아의 동쪽은 미국령, 서쪽은 독일령이다.  아피아항에서 1.5km 정도 거리에 중심가가 있다.

    예쁜 교회가 많다. 대성당은 2009년 대지진으로 망가진 후 복원했다. 천장과 스테인드 글라스가 멋지다.


  중심에 시계탑이 있고 중앙시장도 있다.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은 영국작가로 여기서 말년을 보냈다.지킬박사와 하이드를 여기서 썼다.
  문화 마을은 민속촌이다. 피우라 동굴 수영장은 담수 동굴 속에 있는 수영장이다. 토수아 오션 트렌치는 계단이 있어서 내려갈 수 있다.
  기념품은 티셔츠와 샌달이 많다. 일본인 요시다가 샌달을 이곳에 전했다. 타울라 맥주가 유명하고 사모아는 독일식 맥주다.
오카이아는 생선 요리인데 오카는 생生이란 뜻이다. 비치에서 수영도 가능하지만 주의하라는 말로 설명회를 마쳤다
  오늘 일본어 교실에서는 무엇을 좋아하는가를 배웠다.

   일본어 교실을 마치고 그 자리에서 하는 건강체조를 했다. 의자에 앉아서 하는 건데 제법 스트레칭이 된다. 요가 선생님이 하는데 통역이 없지만 대충 눈치껏 옆 사람을 보고 했다.

  테아투에헤레의 태평양의 군사 관광주의를 들으러 갔다. 군국주의와 관광업의 관계 특히 여성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설명한다.

  '우리는 살아있고 살아갈 것이다.' 라는 제목이다. 우리는 모두 프랑스의 파괴로 멸망했다. 우리는 중독되었다. 그들이 이런 짓을 했다. 그들이 우리 자궁에 한 짓이다. 폭격하고 오염시켰다. 하지만 우리는 타누아이아의 후손이다. 우리는 여전히 성장하고 배운다. 문화에 대해 얘기할 것이다. 이 문화는 태반문화라고 한다. 타이티는 아이의 태를 나무 아래 심는다. 자기 태는 빵나무 아래 묻혔다.
  바다와 강은 우리를 연결해준다. 라파누이의 문화는 연결성이 있다. 얼굴도 우리와 닮았다. 자신의 선조는 별과 해류 등을 사용했다. 하와이어로 킬로는 관찰하다는 뜻이다. 땅, 바다, 하늘이 우리를 가르치고 있다. 타이티에서 바다와 하늘의 변화하는 모습을 관찰하기 바란다.
  자신은 농부로서 사랑, 희생에 대해 배웠다. 땅이 일을 한다. 농부는 최적의 조건을 만들 뿐이다. 땅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자기는 중학교 사회 선생님으로서 어떻게 땅에 대해 가르칠까 고민하고 있다. 교사로서 학생들의 고민을 해결해주려고 노력한다. 농부도 같은 고민을 한다. 식물들에게도 공간이 필요하다. 아래 사진은 후드 뱅크로 담아 놓은 것이다. 삼촌 지지와 함께 하는 농장이다.

  학생들과 찍은 사진이다. 손가락에 물감을 묻히고 찍었다.



  하와이에서도 많은 원주민들이 저항했다. 미국 점령에 항의해서 평생을 바친 여인이 있다. 우리는 미국인이 아니라고 외쳤다. 2019년에 시위한 사진이다. 뒤는 경찰인데 하와이 사람이라 체포하지 않고 있다. 자신의 목숨을 걸고 누워있다.


  마쿠사 계곡에 미국의 제트기 연로 쓰레기를 버리지 말라고 시위하고  있다. 2차 대전 이후 폭파 실험을 했다. 현재 폭팔은 멈췄으나 군대의 허가 없이  이곳에 못 들어간다. 아직도 폭탄이 남아있다.
  군사관광주의는 군대와 관광업 사이의 관계를 말한다. 군인들이 공항을 짓거나 인프라를 구축했다. 관광업은 군대에서 만든 인프라를 이용한다. 군대는 관광업을 통해 자신들의 비리를  숨긴다. 와이키키도 군사 실험지였다. 서로 의존하는 관계다. 마샬섬에서는 핵실험을 했다. 1936년~1958년까지 67회 실험했다. 암과 출생률 감소가 일어났다. 핵실험  후 젤리 휘쉬 아이들이 태어났다. 해파리 아기라고 한다.
  마오이 여성들의 성적 대상화는 오래 전부터 있었다. 고갱도 나체 여성을 그리면서 성적 대상으로 삼았다. '테 아우미이'라는 동영상도 보여줬다. 현지 여성이 부르는 노래다. 땅에 행해진 것은 여성에게도 행해진다. 땅에 폭탄이 떨어진 것은 여성에게도 떨어진 것이다. 여성의 몸을 오염시켰다. 자기를 피해자로 생각하지말고 사랑하는 생존자로 보아달라. 타히티 여성들도 물건 취급을 받았다. 관광자원으로 보지 말아달라.
  아이들은 미래의 희망이다. 조카들과 대자다.그들에게 자신이 누구인지, 어디서 왔는지 가르친다. 미래 세대에게 기후 변화 등에 대해 말해줘야한다. 조카와 졸업 사진이다. 여러분도 아이들을 사랑하기 바란다.


    파페에테에 갈 곳은 핵무기 실험장과 파페에테 시장이다. 본토 음식도 맛 보고 본토인과 교류할 수있는 곳이다라는 말로 강연을 끝냈다.
오늘도 바쁜 하루를 보냈다.

2월 27일 타이티섬
  

  배에서 나가도 된다는 빙송이 나오자 빨리 나가려고 난리 버거지다. 밖으로 나가니 현지 여인들이 꽃을 한 송이씩 준다. 흰구름은 귀에 거니 참 예쁘다. 나는 걸 데가 없어서 가방 지퍼 고리에 끼웠다. 향기가 참 좋다.


  하선 후 여객터미널로 가서 모레아섬 가는 티켓을 사려니 그야말로 완전 전쟁터다. 민우씨 도움으로 겨우 티켓을 샀는데 왕복표가 성인은 20달러, 경로는 30% 할인이다. 여기는 60세 이상이 경로다. 평균수명이 낮은가 보다.
  출발하여 조금 가니 바다색이 환상이다. 일부분만 연한 초록색인데 수심이 낮아서 그런가 보다.

  

   모레아섬에 내려서 9명이 차를 렌트하려니 8인승 밴이다. 그냥 9명이 타려고 했더니 수동이라고 한다. 캐나다 윤선생님이 하려고 했는데 이건 도저히 할 수가  없단다. 그럼 두 대를 빌리려고 했더니 한 분이 면허증을 안 가지고 왔단다. 어쩔 수가 없어 망설이고 있는데 마침 9인승 택시가 오더니 손님들이 내린다. 잘 됐다 싶어 달려가 흥정을 하고 탔다. 그런데 기사가 택시에 에어컨이 안 되니 문을 열어 놓으라고 한다. 내 생전에 문 열고 달리는 택시는 첨 타본다. 문 옆에 앉은 사람이 길바닥에 내동댕이 쳐질까봐 불안 불안하다.
  1시 30분 배로 돌아기기로 해서 두 시간만 관광하기로 했다. 우선 해변으로 갔다. 환상이다.


   조금 더 가다가 숲을 지나 야자수가 늘어선 해변으로 갔다. 여긴 더 환상이다.


  바닷물에 손을 담가보니 따뜻하다. 다음은 쿡스 베이로 갔다. 쿡 선장이 왔던 곳이다.

    다음은 벨베데레 전망대로 올라갔다. 여기서 바라보는 산과 바다가 기막히다. 신은 여기를 만든 후 천국을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시긴이 없어서 갔던 길로 다시 선착장에 왔다. 길가에 암탉과 병아리가 보인다. 요새는 양계장에서 부화시켜 사료를 먹여 키우니 이런 모습 보기 힘들다. 이게 자연의 모습이다.

    운전 기사가 두 시 몇 분 배가 있다고 해서 조금 늦게 왔더니 우리 배는 이미 떠났다. 어쩔 수 없이 다른 배 티켓을 다시 사서 파페에테로 돌아왔다. 올 때는 쾌속선을 탔더니 얼마나 멀미가 심하니 아주 돌아가실 뻔 했다. 평화로운 시골에 갔다오니 정신이 하나 없다. 파페에테 시장을 둘러보고 배로 돌아왔다.

  배에서 타이티 전통 춤 공연을 봤다. 음청 격렬하고 화려하다. 열대의 맛이 물씬 풍긴다.

    타이티라고 하면 남태평양이란 영화가 생각난다. 학교 다닐 때 본 영화인데 남태평양의 타이티 섬에서 일어난 얘기다.
  2차 대전의 여파는 멀리 남태평양의 외딴 섬에까지 암운을 드리운다. 그러나 이곳의 원주민과 주둔군인 미 해군들은 남국의 정취 속에서 밝게 살아간다. 한편 미 해군 간호사인 넬리는 프랑스인으로 농장을 경영하는 40대 홀아비 에밀과 알게 되고, 부드럽고 온화한 성격의 그와 사랑에 빠진다. 그 때 본 타이티섬의 아름다운 자연이 너무도 환상적이어서 막연한 동경을 갖고 한 번 가보고 싶었다. 이번에 그 소원을 이루게 됐다. 그런데 실제 모습은 영화 속보다 더 환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