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행문

100일간의 세계일주 16

아~ 네모네! 2025. 1. 26. 08:40

  1월 25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오늘은 땅에 내리는 날이다. 아침부터 서둘러 준비하고 용감하게 배에서 내렸다. 택시를 타려고 터미널 밖으로 나가니 김광식님 부부가 있다. 시티투어를 하려한다는 것이다. 우리도 같이 가서 35달러 주고  티켓을 샀다.

   버스에 오르니 직원이 와서 크루즈로 돌아갈 때는 11번에서 다른 버스를 타라고 한다. 이 차에는 한국어 통역기도 있다. 좌석 앞에 붙은 기계에 이어폰을 끼고 채널을 움직이면 각 나라의 국기가 나온다. 태극기가 나오는 곳에 채널을 맞추연 한국어로 설명이 나온다. 그런데 에어콘 돌아가는 소리가 하도 커서 듣기 힘들다.

   우선 6번 정류장에서 내려 보카지구로 갔다. 여기는 탱고 발상지다. 탱고는 처음에 항구에서일하는 남자들끼리 추었다. 작년에 왔을 때는 완전 시장 바닥이었는데 오늘은 웬 일로 사람이 별로 없다. 시간이 일러서 그런가 보다.

    여기서 미국에서 온 한국인 부부를 만났다. 조금 돌다 보니 크루즈 옵션 투어 차량들이 밀려 들어온다. 화장실을 찾아보니 줄이 엄청 길다. 입구까지 가니 팁을 달라는 바구니가 있고 한 여자가 문을 열고 서있다. 1달러 줬더니 나올 때 손 닦으라고 티슈도 준다. 돈이 좋기는 좋다.
  이 구석 저 구석 돌아다니다가 버스 내린 곳으로 와서  다시 투어버스를 타고 23번 정류장에서 내렸다. 공대 건물이 있고 멋진 정원도 있다. 작년에 왔을 때는 이 정원을 한참 걸었는데 오늘은 대충 길 건너는 육교에서 사진을 찍고 다시 건너와 노점상들이 늘어서 있는 곳을 구경했다.
  화장실이 없어서 바뇨가 어디냐고 하니 쭉 가서 쇼핑몰에 가면 있단다. 가다보니 성당이 있기에 한 번 들어가 봤다.

   길을 따라 한참 가니 묘지가 나온다. 전 대통령의 영부인 에바 페론의 묘가 있는 곳이다. 여기 가니 피스보트 옵션 투어 나온 사람들이 바글거린다. 여기도 작년에 온 곳이니 통과다. 한참 더 가니 쇼핑몰이 나온다. 안으로 들어가 볼 일을 본 다음 다시 공대 앞으로 오는데 어마무시하게 큰 나무가 있다. 그늘로 들어가니 시원하다.

    다시 투어버스를 타고 24번 정류장까지 갔다. 직원이 여기서 11번까지 걸어가서 부두로 가는 버스를 다시 타라고 일러준다. 11번 정류장으로 오니 투어버스 직원이 부두 가는 버스 타는 곳으로 데려다 준다. 빵 한 쪼가리 먹고 퇴약볕에 종일  돌아디녔더니 골이 핑핑 돈다. 부두로 돌아와 셔틀버스를 타고 우리 배 앞에서 내리려고 하는데 흰구름 전화와 내 전화가 동시에 울린다. 서로 전화를 안 했는데 웬일인가 했더니 금형씨가 카톡 전화로 단체톡을 한 거다. 동시에 셋이서 화상 통화를 하니 좋기는 좋다. 금형씨는 40살인 여자와 룸메이트가 됐단다.
  방에 와 짐 정리를 하고 14층 가서 저녁을 먹었다. 잠시 쉬다가 극장으로 탱고를 보러갔다. 15분 전에 갔는데도 사람들이 꽉 찼다. 환상적인 분위기가 끝내준다. 쫙 째진 옷을 입고 다리를 쫙쫙 잘도 찢는다. 탱고는 언제 봐도 멋지다. 인간은 누가 뭐라고 해도 길고 볼 일이다.

1월 26일  우루과이 몬테비데오

    오늘은 오후 1시에 몬테비데오 기항이다. 오전에 아무 스케줄이 없으니 널널하다. 아침 식사하러 14층으로 올라가니 누런 라플라타강이 보인다. 엄청난 양의 토사가 바다로 흘러들어간다는 소리다.

    이렇게 계속 육지의 흙을 수백만년 동안 바다로 흘려보내연 모든 육지가 사라질 것이다. 지구의 70%가 바다고 바다의 깊이가 육지보다 훨씬 깊기 때문이다. 지각 변동으로 지진도 생기고 화산 폭발도 일어나는데 이건 끊임없이 육지를 만들어내려는 작용이다. 이런 작용이 없다면 육지는 없어지고 모든 육지 생물은 사라졌을 것이다.
  갑판을 도는데 오늘은 배의 앞쪽에 해가 있다. 이상하다 생각했더니 라플라타강을 빠져나가기 위해 동쪽으로 가고 있는 것이다. 어제 강을 거슬러 올라가 부에노스아이레스 갔으니 다시 내려와 우루과이 몬테비데오로 가는 것이다. 부에노스아이레스는 좋은 공기라는 뜻인데 몬테비데오는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 강이 얼마나 넓은지 사방이 물이라 바다처럼 보인다.
  갑판을 돌다보니 특이한 물체가 보인다. 등대는 아닌데 무슨 부표인 것 같다. 라플라타강에서는 수심이 낮아 깊은 곳의 수로를 따라 운항 한다더니 수로를 나타내는 표시인 것 같다. 몇 바퀴를 돌면서 관찰하니 초록색도 있고 붉은 색도 있다. 부표에는 번호도 쓰여있다.

    배의 한 쪽은 초록이고 다른 쪽은 빨강이다. 배 뒤쪽에서 보니 배가 빨간색 부표와 초록색 부표 사이로 가고 있다.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배와 만나면 가까이 비켜 간다.

    점심을 먹으러 올라가니 몬테비데오항이 보인다. 1시에 기항인데 1시 반이 넘어도 나가라는 말이 없다. 기다리는 김에 롯데문화센터 화요트레킹과 수필교실 봄학기 등록을 했다. 롯데문화센터 다닌지 벌써 21년이 됐다.
밥 먹고 하는 일이라고는 이것 뿐이다.
  나가리는 방송이 나와서 내려가는데 김광식님 부부가 보인다. 오늘도 이 사람들을 따라갔다. 몬테비데오는 항구와 시내가 가까워서 좋다. 구가지로 들어서니 각종 상점과 카페가 즐비하다.

    길가에서 물놀이 하는 아기도 보인다.

    여기도 천사 날개 그림이 있다. 이건 찍어야한다. 찍는다고 천사가 되는 건 아니지만 그냥 지나치기는 아쉽다.

    더우면 이 상점, 저 상점에 들어가 몸을 식힌다. 한 골동품 가게에 들어가니 나무로 깎은 구두 틀이 보인다. 옛날에 양화점에서 본 기억이 있다.

    레코드판도 엄청 많다.

    야자나무꽃도 피었다.

    곳곳에 멋진 벽화도 보인다.

    어떤 건물에는 한 청년이 창살을 넘어 소녀에게 올라가는 조각상이 있다. 로미오와 쥴리엣인지도 모른다.

    곳곳에 노점상들도 보인다. 계속 걸어가니 독립문 같은 게 보인다.

    여기가 독립광장인가 보다.

   안으로 들어가니 큰 광장이 나오고 말을 탄 기사 동상이 있다. 호세 마르티가스 동상이다.

  광장 옆에는 살보궁전도 있다.

    여기서 돌아오려는데 사람들이 지하로 내려간다. 따라가 보니 마르티가스 기념관이다. 보초병 둘이 있기에 마네킹인가 하고 다가가 보니 진짜 인간이다.

    돌아오다가 화장실을 찾으니 없다. 광식씨가 맥도널드 가게에 들어가 보란다. 들어가서 직원에게 바뇨?라고 했더니 2층을 가리킨다. 올라가보니 화장실이 있다. 바뇨 하나 외워가지고 어제 오늘 잘 써먹는다.
  오다보니 소공원도 있고 성당도 있다. 일요일인데도 오후라 그런지 문이 굳게 닫혀있다. 다시 상점가를 지나는데 한 남자가 의자에 앉아 마테차를 마시고 있다. 광식씨 부인이 다가가 마테차냐고 물으니 마셔보라고 한다. 광석씨 부인은 넙죽 받아 잘도 마신다. 과자도 먹어보라고 하기에 나도 먹어보니 따땃하니  맛있다. 금방 구웠나보다. 그냥 얻어 먹기 미안해서 배에서 가져간 크로와상 빵을 주었더니 고맙다고 한다.

    항구로 들어오는데 탱고 춤 추는 그림이 있다. 여기에 우리가 얼굴을 대고 찍으니 일본 부부도 찍어 달라고 한다.

오늘 하루도 돈 한푼 안 들이고 잘 먹고 잘 놀았다.